안녕하세요. 블로그를 만들고 첫 포스트로군요.
현재 록맨에그제 3 한글화 작업 중 번역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틀칩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록맨에그제 3에는 굉장히 많은 수의 배틀칩이 존재하는데, 몇몇 칩은 번역하기 참 까다롭습니다. 한국어에 없는 단어를 쓰거나,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번역하기 곤란한 칩이 있기 때문이지요. 칩 이름 자체가 고유명사가 아닌 배틀칩의 경우 어색한 이름이 되거나 뜻을 알기 힘든 단어가 되는 것은 피하자는 원칙을 가지고 번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번역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칩 중 두 가지 칩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リョウセイバイ -> 사생결단?
첫 번째 칩은 リョウセイバイ입니다.
거츠맨과 블루스가 사이좋게 번개를 맞고 있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칩이군요.
결론부터 말 하자면 이 칩의 번역명은 현재 "사생결단"으로 정했습니다.
이 칩은 배틀 중인 바이러스, 내비 전체에게 피아구분 없이 현재 HP를 절반으로 깎아버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어효과 등도 무시하는 강력한 칩이지만, 자신의 HP도 깎이면서 HP를 절반으로 줄이기만 하기 때문에 상대를 끝장낼 수는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지요.
이 배틀칩의 이름인 リョウセイバイ는 한자로 쓰면 両成敗, 한국어 발음대로 읽으면 "양성패"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양성패"라는 단어만 듣고 이 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성패라는 단어는 喧嘩両成敗(けんかりょうせいばい)에서 온 말입니다. 중세, 근대 일본에서 사람들끼리 싸움이 일어났을 경우, 한 쪽만 처벌하는 것이 아닌 양자 모두를 처벌하는 법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결국 양성패라는 이름은 단어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양 쪽 모두를 벌한다"라는 뜻이 됩니다.
현재 프로그래밍 관련 작업을 해주고 있는 네푸네푸빌런(https://nepuko.tistory.com) 군이 제가 칩을 번역하기 전에 임시로 사전을 참고하여 칩을 번역해두었습니다. 그때의 임시 번역판에선 이 칩 이름이 "다 같이 죽자" 라는 기묘한 이름이 되어버렸지요 ㅋㅋㅋㅋㅋ
물론 칩의 효과를 생각하면 틀린 번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양성패"라는 한자 단어에서 "다 같이 죽자"가 되는 건 약간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번역을 찾아가기로 했지요.
칩 이름의 뜻을 생각해서 처음에는 "양자패배", "양자처벌", "쌍방처벌", "쌍방과실" 등의 번역어가 나왔으나, 자동차 보험도 아니고... 뜻은 살아나지만 주변 반응이 딱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그러면 칩 이름이 아니라, 칩 효과에서 뜻을 가져오자" 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칩의 효과는 알다시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의 HP를 절반으로 깎는다", 곧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의 HP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네, 결국 "다 같이 죽자"...입니다만, "아직 안 죽었다"라는 제 의견으로 인해 "다 같이 죽자"는 번역명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도 상대에게 피해를 주겠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없나 곰곰히 생각하던 도중, 친구로부터 사생결단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느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아! 이거다!"
死生決斷,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덤벼든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피해를 입건 상관 안 하고 상대에게 끝장을 내기 위해 덤비는 효과랑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이 칩의 이름은 사생결단이 되었습니다.
フミコミザ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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